

한 번 거절당한 전적이 있다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주말에 선배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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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회장과 함께 왔다.
-넌 정말 꾸준히 얘 쫓아다닌다. 얘 좋아하냐?
-네, 저 세나 선배 좋아해요.
-야, 쟤가 너 좋아한다는데 넌 어떻게 생각하냐?
-너 자꾸...!
결국 선배에게 한 소리 듣는 걸로 상황은 종료되었다. 선배와 단둘이 만나면 마지막으로 진심을 얘기하려고 했는데 불청객의 시비에 계획이 실패하고 괜히 선배에게 혼만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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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이 끝나자 바로 방학이 찾아왔다. 나는 여름방학 동안 마음을 정리하기로 했다. 선배가 어떤 사람을 좋아하고 그게 내가 아닐지라도 미련 갖지 말자고. 선배에게는 선배 나름의 소중한 사람이 있고 그게 나일 수는 없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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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나고 원체 짧던 가을이 지난 후 겨울까지는 금방이었다. 어느 날 동아리 시간, 교실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세나 선배와 회장이 손을 잡고 있었고 주위에서는 축하의 말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 아, 드디어 사귀는구나. 방학 동안 열심히 정리하고 감춰두었던 마음이 다시 고개를 내밀었다. 애써 무시했지만 내 뜻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어느새 나는 선배에게 다가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잠시만 시간을 내어달라 말하고 있었다. 회장은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예상한 듯 나를 막지 않고 순순히 물러났다.
교실 밖으로 나와 그때 그 계단을 다시 찾았다. 눈물이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고 말을 꺼냈다.
-선배, 알고 있었죠? 저 사실 선배 진짜 좋아했어요. 그때 고백했던 건 가벼운 마음으로 했던 거지만 어느새 진심이 되었어요. 알아요, 이제 텐 선배랑 사귀는 거. 제게 기회를 달라는 게 아니에요. 그냥 그렇다고요. 선배가 알아주길 바랐어요. 더 이상 선배에게 다가갈 수 없을 걸 아니까 하는 말이에요. 마지막 인사라고 생각하고 그냥 잊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