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 • • • • •

입학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여름이 찾아왔다. 벌써부터 더운 걸 보니 아무래도 올해 여름은 힘든 시간이 될 것 같았다.

 

 

선배의 말대로 나는 선을 지켰다. 선배가 싫다는데 귀찮게 할 생각은 없었다. 두어 달 동안 평소처럼 선배를 대하고 선배도 나를 평소와 같이 대하며 평범한 선후배의 모습으로 지냈다. 그런데 왜일까. 선배에게 고백했던 그날 이후로 선배를 마주할 때마다 기분이 이상했다. 마음이 아픈 느낌이었다. 그날 나는 차였고 바로 다음날 한 번 더 거절의 말을 들으며 포기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선배가 회장과 하루하루 더 가까워지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일까. 둘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심장이 아려왔다.

 

 

그날 이후 회장은 작정한 듯 선배에게 다가갔다. 선배는 내게 했던 것처럼 선을 긋지 않았다. 선배와 회장은 자연스레 등하교를 같이 하고 자주 붙어있는 사이가 되었다.

 

 

어느 날은 잔업 때문에 선배와 단둘이 교실에 남게 되었다. 나는 선배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회장을 좋아하느냐고.

 

 

-내가...텐을? 아니, 아닌데? 아니야.

 

 

선배는 눈에 띄게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누가 봐도 수상한 모습이었지만 그 순간의 부정이나마 나는 믿고 싶었다. 그 말을 믿어서, 안심하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그렇게라도 부정하고 싶었다.

 

 

아니, 잠시만. 좋아한다고? 선배를? 언제 이렇게까지...? 선배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아파지는 이유가 이것이었나 보다. 어느새, 선배에게 깊게 빠져들게 되어버린 것 같았다. 이렇게까지 진심이 될 마음은 없었는데.

그 사실을 자각하자 상처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시작했다. 선배의 마음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게 회장이라는 것. 차라리 두 사람이 사귀기라도 했다면 포기하기가 쉬웠겠지만 괜히 미련이 남았다. 혹시라도 내가 그 옆에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

 

한 번, 딱 한 번만 더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선배, 이번 주 주말에 시간 돼요? 시험공부하다가 막히는 게 생겼는데 선배가 좀 가르쳐주면 안 돼요?

 

-...영어라면 도와줄 수 있어.

 

선배는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마침 영어에요, 그럼 주말에 도서관에서 봐요!

4/6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