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하, 할 말이 뭔데?
-선배. 저 선배 좋아해요. 처음 본 순간에 반했어요. 저랑 사귈래요?
답은 이미 알고 있지만 대답을 듣는 것이 너무 떨렸다. 선배가 입을 열기까지 그 몇 초가 내겐 몇 시간이 지난 것 같았다. 그런데 그때,
-어... 내가 좋은 시간을 방해한 거니? 미안, 눈치 있게 사라질게.
방해꾼이다. 방해꾼이 나타났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회장이었다. 저 인간은 나랑 세나 선배의 사이를 방해하더니 지금 같은 때에 또 나타나서는...!
-텐!
세나 선배의 입에서 나온 것은 대답이 아니라 회장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였다.
-텐, 어디 가!
-수업 끝나자마자 너네 반으로 갔는데 네가 없길래 찾아다녔지. 그런데 이런 상황일 줄이야... 내가 눈치 있게 사라져줘야 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너 진짜...! 재하, 미안. 난 네 고백 못 받아줘. 내일 보자.
...차였다. 삼 초 만에. 깔끔하게 거절당했다면 그러려니 했겠지만 텐 그 인간이 난입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것 같아 기분이 더러웠다. 그보다 둘이 하교도 같이 해? 둘이 무슨 사이인데? 정말이지 회장은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 없다.
• • • • • •
-선배, 어제 일은요...
-재하 왔어? 어제 그건, 못 들은 걸로 할게. 우리 그냥 이 상태로 지내자.
내가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선배는 내게 선을 그었다. 동아리 부회장과 부원, 그 관계 이상으로는 나아가지 말자고. 예상은 했지만 생각만큼 마음이 가볍지 않았다. 가슴 한구석이 답답하고 무언가 들어있는 듯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