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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을 멎기 위해서 천천히 고개를 돌릴 때, 제 시야에 무언가가 들어왔다.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단장님이 주셨던 꽃. 멸 연습을 하겠다고 의기양양하게 외쳤던 그날이 무색하게 지워지듯, 제 일상에 묻어 살면서 기억 속에서 사라졌던 것이었다.

  마녀에게 홀리기라도 한 듯이 그 꽃을 보며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단장님이 나에게 의미 없는 것을 주신 적이 있던가. 기억을 되돌아보면 단장님이 나에게 주신 것은 언젠가 쓸모가 있기 마련이었다. 모두 다 나를 지키기 위한 단장님의 선물.

 

  그럼 이 꽃을 주신 이유는 나를 지키기 위함인가.

 

  혹은 그 반대인가?

 

  마른 입술을 혀로 축이며 꽃을 두 손에 쥐었다. 단장님이 주셨을 때와 다르게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 보이는 꽃이, 어쩐지 단장님을 닮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쩌면 단장님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화병 속에서 말라는 가지만 물을 주는 이상 죽지 못하는 이 꽃처럼, 모든 사람이 겉모습으로 만든 틀에 스스로를 가두어서는, 그렇게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것을. 남들이 부러워하는 죽지 않는 그 권능은, 사실 독이 되어 그를 서서히 죽이고 있었다는 것을. 단장님은 스스로도 알고 있지 않으셨을까.

  큰 숨을 들이마시며 제 손에 든 꽃을 세게 쥐었다. 파삭, 소리와 함께 가루가 되어 허공으로 흩날리는 광경을 보며 나는 단장님을 생각했다. 마치 이 모습이 멸滅하여 사라질 단장님의 모습 같아서.

  가루가 바닥에 흩부려 내 발에 짓밟히기까지 나는 그 모습을 잊지 않도록 내 두 눈에 새겼다. 멸을 하면 사라질 단장님은 기억하지 못하니, 대신 이것으로라도 기억하기를 바라며.

  들이마신 숨을 천천히 내뱉었다. 내가 과연 단장님을 멸할 수 있을까. 내 기억 속에서 없는 사람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을까.

 

  알 수 없는 정적이 이어졌다. 오직 내가 들이마시고 내쉬는 호흡만이 들려서 나는 제 눈동자를 눈꺼풀로 덮어냈다.

 

  더는 제 손안에 남은 가루가 없을 때 즈음 한숨을 푸욱 내쉰 내가 달싹이던 입술을 떨어트렸다. 말라비틀어진 입술이 금방이라도 터져 비릿한 혈향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꿀꺽, 침을 삼킴과 동시에 목울대 너머로 여러 말들이 울렁거렸다. 애써 목구멍 사이로 밀어낸 내가 나즉히 소음을 뱉었다.

 “단장님, 나는 내일 죽을 거예요. 단장님에게서 느낀 배신감과, 내가 당신을 잃어버렸다는 무력감에 나는 곪아 가겠죠. 단장님이 만든 상처에서는 피와 진물이 섞여서 흘러내릴 거예요.”

  이게 다 죽지 못하는 단장님의 죽고 싶어하는 이기적인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단장님이 알기를 바랐다. 단장님이 멸하게 되는 것도, 내가 감정에 좀먹혀 곪아버리는 것도 모두. 그 이기심에서 나온 것을 알아주었으면 했다.

  천천히 눈동자를 드러냈다. 세게 쥐었던 손이 가벼히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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