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사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지하 연구실의 계단에, 여자가 앉아있었다. 밤이 깊어 어린아이가 뒤척이는 소리만 나는 방에서, 여자는 진회빛의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아이는 조금 칭얼대다가 침대에서 내려와 여자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왜, 잠이 안 와?” 여자는 아이의 얼굴이 구겨지도록 꼭 안았다. 아이는 깔깔 웃었다.
“엄마, 아저씨가 오빠면, 오빠가 되면… 계속 같이 살 수 있는 거지?” 아이는 동그란 회색 눈동자를 여자의 눈과 맞추었다. 여자는 얼굴을 아이의 진홍빛 머리칼에 파묻고는 한참을 대답이 없었다. “나는 오빠랑 사는 게 좋은데. ”
“그럼, 그러니까 우리 오래도록 같이 살자.”
“응!” 아이는 토끼걸음으로 다시 제 침대에 가 누웠다. 여자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벽에 머리를 기대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하며 밤을 보냈다.
* * *
햇빛이 지하실의 문틈을 비집고 들어와, 여자의 등을 비췄다. 본래 일어나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났음에도, 여자는 차가운 계단에 앉은 채 미동도 없이 잠들어 있었다.
은발의 소년이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빗자루를 들고 방문을 열어 계단으로 향했다. 소년은 여자를 만나고 흠칫 놀라, 뭐라고 중얼거리며 주변을 쓸기 시작했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연구원 하나가 들어왔다.
“텐 안녕? 아침부터 열심… 어? 이 사람, 왜 여기서 자고 있담!” 연구원은 여자의 어깨를 흔들어 깨웠다. 여자는 깨지는 않고 신음하며 잠투정을 부렸다.
“아줌마, 자주 이래요?” 빗자루를 벽에 기대 놓으며, 텐이 연구원에게 물었다.
“시아? 세나 아빠랑 연락 끊긴 뒤로 잠깐 그러고 요새는 안 그러더니…”
텐은 시아를 번쩍 들어 올려 등에 얹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연구원이 문을 잡아 주며 말했다. “오, 이제 아들 노릇 좀 하려고?” 그의 물음에 텐은 옅은 미소로 답했다. 시아는 텐의 따뜻한 어깨에 볼을 맞대고 잠에 빠져 있었다.
“아줌마, 앞으로도 이렇게 환자 괴롭힐 거야?” 텐의 웃음 섞인 질문이 아련히 들렸다. 시아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리려다가 그만두고는 낮의 단잠에 빠졌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