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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니카는 붉은색을 좋아했다. 이유는 모르겠다. 연한 하늘빛도 자주 입곤 했지만, 검은색과 붉은색의 조합은 어쩐지 제 마음에 꼭 드는 것이었다. 하루는 란에게 이걸 털어놓았더니, 세니카랑 자신의 머리카락 빛이라 그런 거 아니냐며 웬일로 시적인 감상을 내놓았다. 그러자 세니카는 잠시 머리를 얻어맞은 듯이 멍하게 란을 쳐다보다가 이내 껴안았다. 품 안으로 들어오는 온기가 마음에 들었다. 익숙함에서 비롯되는 그런 감각은 도저히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었다. 긴 속눈썹이 잠시 나풀거리며 가라앉았다가 떠올랐다. 푸른빛이 눈에서 넘실거렸다. 세니카는 가만히 남편의 머리를 내려다보다가 몸을 떼었다.

 “란, 우리 꽃 사러 나가자.”
 

 “갑자기?”
 

 “괜찮지? 어차피 지금 일 있는 것도 아니잖아. 나가자, 얼른!”

 

  그렇게 란 벨르네피아는 아내의 손짓을 이기지 못하고 팔이 당겨졌다. 설마 나 지금 끌려가고 있는 건가? 하는 두근거림이 일순 마음속에서 솟았지만, 세니카에게는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자칫했다간 무슨 말이 돌아올지 몰랐다. 란은 푸스스 웃으며 세니카를 따라갔다. 뭐가 그렇게 좋은지, 연신 노래를 부르며 발걸음을 옮기는 세니카의 머리카락은 붉은 리본으로 묶여 있었다. 아직 퇴근 직후라 옷을 갈아입지 않은 듯한데, 명예의 트럼프 정복은 어쩐지 같은 에이델린이란 이름 하에 비슷하게 디자인된 터라 큰 불만은 없었다. 되려 커플룩이라고 생각하는 수군거림이 들려온다면 그건 그거대로 기쁠 것이다.


  세니카의 맥박은 작게 자신의 손목 위에서 뛰고 있었다. 손가락까지 차오르는 심장 고동이 꽤나 세서 괜찮은 건가 여러 번 세니카의 안색을 살폈지만, 다행히도 통증을 수반하는 맥박은 아닌가 보다 해서 마음을 놓았다. 그렇게 건물에서 나온 지 몇 분, 꽃집이 길거리에 하나 있었다. 싱싱한 냄새가 나는 걸 보니, 신선한 꽃들을 파는 것을 전문으로 하는 모양이었다. 세니카는 거리낌 없이 문을 열고 큰 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어머나, 어서 오세요. 무슨 꽃을 드릴까요? 점원은 친절한 얼굴로 물었다. 만약 남자였으면 틀림없이 란의 기분이 일그러졌겠지. 세니카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붉은색이 시야를 한가득 채우는 화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거 무슨 꽃이에요? 점원은 웃으며 대답했다. 붉은 국화에요. 어쩜 부부 아니랄까봐 꽃말도 좋은 걸로 고르셨네요. 세니카가 손짓을 하자 직원이 꽃을 포장지로 싸매며 말을 이었다. 꽃말이 글쎄, 당신을 사랑합니다 래요. 그래서 요새는 장미꽃 말고 붉은 국화로 고백하는 애들도 있더라고요. 사모님 안목이 좋으시네요. 

 “란, 들었어? 나 사모님이래!”
 

 “응, 들었어. 기분 좋아?”
 

 “완전! 우리 애도 좋아할 거야, 그치?”

 

  직원은 그 둘을 흐뭇하다는 듯이 바라보며 란의 품에 꽃다발을 안겨 주었다. 란은 이유를 생각하다가 결국 가게를 나오며 왜? 라고 질문하자 세니카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나는 란을 사랑하고, 란은 나를 사랑하고, 우리는 모두 이 애를 사랑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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